어린 시절 나는 비 오는 날을 좋아하지 않았다. 아니 비 오는 날이라기보다는, 갑자기 쏟아지는 비를 마주하는 게 싫었다. 학교에서 수업을 듣다가 갑작스레 쏟아지는 비를 보면 한숨이 나왔다. 엄마가 우산을 잘 챙겨주셨지만 예측할 수 없는 비를 마주하는 날이 종종 있었고, 갑자기 쏟아지는 비는 내게 걱정만을 안겨주었다.
하교할 때가 되면 교문 앞에는 자식을 데리러 온 어머니들이 여럿 모여 있었다. 그러나 그 사이에 우리 엄마는 늘 없었다.
엄마는 나를 데리러 올 수가 없었다. 우리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시느라 바쁘셨기 때문이다. 혼자 비를 맞고 가는 모습을 보이는 건 죽어도 싫었던 나는, 자연스레 친구들 우산에 끼어 하교를 하곤 했었다. 사실 내가 씌어달라고 부탁하기도 전에 먼저 나를 챙겨주셨던 친구 어머니들이 많았지만, 그때는 그 모든 게 왜 속상했는지 모를 노릇이다.
내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우리 동네에는 맞벌이를 하는 부모가 흔하지 않았다. 그래서 엄마가 학교 앞으로 데리러 오고, 학원에 데려다 주고, 집에서 맞아주는 일상을 부러워했었다. 친구들 집에는 항상 엄마가 있는데, 우리 집에는 엄마가 없으니까 집에 친구들을 데려오는 일도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좋아’하고 친구들을 데려갔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지만, 그때는 집에 가도 누군가 나를 챙겨줄 수 없다는 사실이 싫었던 것 같다.
특히 비가 오는 날이면 엄마의 빈자리를 많이 느꼈다. 나이를 먹고 점점 내 일상에 익숙해지며, 엄마가 일을 하는 것에 대해 별 생각이 없어졌지만 어린 시절에는 종종 서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