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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자매 합동 효도의 날이었다. 5월 25일 토요일. 엄마는 임영웅 콘서트에 다녀왔다. 무려 1층 18열 정중앙 구역에서 보고 오셨다. 티켓팅은 막내가, 굿즈 살 돈은 언니가, 현장 의전은 내가 했다. 사실 현장 의전이 가장 귀찮고 번거로운 일이지 않은가. 심지어 난 분당에 사는데 현장은 상암이니… 하지만 그날 자진해서 다녀온 걸 전혀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신기하고 진귀하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콘서트 당일 서울역으로 엄마를 모시러 갔다. 이미 영웅시대 상징색인 밝은 파란색(명도가 높은 밝은 파랑색이다. 진한 파랑색도 하늘색도 아님.) 옷을 입은 아주머니들이 바글바글했다. 전국각지에서 몰려온 영웅시대들이 가장 먼저 기착하는 곳이 서울역일테니 당연한 일이다. 서울역에서 공항철도를 타고 DMC에 내려서 쭉쭉 걷다보니 금세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 도착했다. 당연히 파란 물결과 함께였다. 그리고 현장에 도착했을 때 나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 많은 사람들은 다 왜 여기에 왔을까?
가장 특이했던 점은 압도적인 수의 '겉돌이'였다. 콘서트 입장 티켓이 없지만 공연 당일 주변을 맴도는 사람들을 '겉돌이'라고 한다는 것도 이번에 알았다. 현장에는 "콘서트 관람하시면 입장 시작하셔야합니다~"라고 진행요원들이 안내했다. 그말인 즉, 콘서트에 입장하지 않지만 이 곳에 놀러온 사람들의 수가 상당하다는 뜻이다.(보통은 그냥 입장 시작했으니 들어가라고 안내하지 ‘콘서트 보는거면’이라는 사족을 붙이지 않는다.) 그 수가 어마어마했다. 어쩐지. 내리자마자 보이는 엄청난 인파를 보고 '이거 다 들어갈 수 있는거 맞아?'하는 생각이 이상한 게 아니었다. 다 못 들어가는 거였다.
살펴 본 바로는 이렇다. 나처럼 부모님을 모시고 온 모녀, 모자, 부자, 부녀 조합. 보통 1+1이다. 특이한 조합은 이거다. 같은 '덕메'끼리 온 경우. 이 때는 보아하니 1+2 혹은 1+3이 기본이다. 세명~네명 정도의 영웅시대 덕메이트들이 있다. 그러니까 덕질을 매개로 이어진 친구들인데, 이 중 한 명만 티켓이 있어도 그 무리가 모두 온다. 현장에서 기쁜 ‘임영웅 축제’(이건 콘서트가 아니였다. 그 자체로 모두가 기쁜 축제였다.) 의 바이브를 느끼며 서로 이야기도 하고 나들이도 즐기는 것이다. '피크닉' 존이 별도로 설치되어 있고, 그늘 곳곳에는 돗자리를 펴고 김밥 등을 나눠먹는 어머니 무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나의 어머니도 친구를 만나신다기에 당연히 콘서트 관객인줄 알았지만 엄마 친구 두 분 모두 티켓이 없으셨다. 그냥. 콘서트 날이니까. 파란티를 챙겨입고 놀러온 것이다. 정말 신기하고 재밌는 광경이었다.
나와는 마음가짐부터 다른 '영웅'들
이런 건 정말 처음봤다. 나도 어디서 콘서트/공연 많이 다니기로는 어디서 빠지지 않는 편인데도 말이다. 티켓팅에 성공하면 내 자리가 있다는 기쁨만이 가득했고, 콘서트를 맘껏 즐겼다. 티켓팅을 못한 사람들은 내 알바가 아니었고, 이따금 '불쌍하다.. 이 재밌는걸 못 오네..' 하고는 말았다. 그러다 티켓팅에 실패하는 날이 오면 그저 비관했다. 나 안 껴주네. 내 자리 없네. 세상이 날 억까한다. 돈이 있는데 왜 가질 못하니 등등. 성공하는 때보다 실패하는 때가 많아서 비관의 레파토리는 더 길고 많다. 그렇게 못간 콘서트의 온갖 직캠을 찾아보며 내가 갔어야했어. 이걸 못갔네. 진짜 레전드네. 엉엉엉 같은 생각들을 반복하곤 했다. 내 자리가 없는 그 현장에 가는 건 나를 더 슬프게 하고 화나게만 할 뿐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그때 모인 수많은 영웅시대 어머니들은 내 생각이 완전히 틀렸단 생각을 하게 했다. 그 분들은 콘서트가 열리는 상암에 와있다는 것만으로도 한없이 행복해 보였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모든 게 마음먹기 달렸다지만 존경심이 들 정도였다. 이 현장에 와 있다는 것만으로 기뻐하는 영웅시대도, 이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임영웅도. 모두가 히어로였다.
엄마도 콘서트의 멋짐을 알게 되다니!
3시간 공연을 마치고 엄마를 데리러 갔을 때, 엄마가 말했다. “이래서 너가 그렇게 공연을 보러다니는구나”라고. 내가 공연장에서 느끼는 기쁨과 벅차오름을 엄마도 느꼈을거라 생각하니 임영웅이 너무 고마웠다. 그 기분을 엄마도 느꼈다니. 그때 나는 세상 누구보다 행복한데 그 감정을 공감할 수 있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