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비의 시간을 가진다는 핑계를 댔지만, 딱히 어떤 방향성을 잡지 못한채, 조금 늦게 노닻의 2025년 첫 레터를 보낸다. 1월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고, 2월은 왜 벌써 둘째주로 접어들었는지 모를 노릇이다. 아직 올해가 2025년이라는 게 어색하기만 하다. 2025년에는 노닻에서 어떤 얘기를 해야할까 고민했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 먀미와 논의를 하기 위해 만화방에서 만나(어쩌면 장소부터 약간 잘못된...) 열심히 음식을 먹고, 그녀는 <학원 앨리스>, 나는 <새벽의 연화>를 탐독했다. ‘그냥 다시 시작하자’라는 결론을 내렸으니 그게 나름의 성과일지도 모르겠다.
이전에는 새해에 큰 의미를 두었던 것 같다. 카운트다운을 하고, 케이크를 썰고, 1월 1일 자정에 덕담을 나누며, 다이어리에 예쁘게 목표를 적어내려가며 새해를 맞이했다. 그런데 올해는 조금 달랐다. 24년 연말도 조용하게 보냈다. 12월 한달을 술 약속으로 꽉 채워 보내던 예전의 힘은 더이상 없었다. 요란하게 연말을 보내기에는, 회사가 너무 바쁘고 한달 내내 술을 마시면 불어나게 될 체중을 이젠 감당할 수 없었다. 나는 낡고 지쳤었다.(...) 애인과 함께 조용히, 편안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해돋이를 보며 새해를 맞이했다. (그래도 해돋이는 보고 싶었다.) 아직 2025년 다이어리도 사지 못했다. (그냥 게으른 것일수도.)
숫자 바뀌는 게 뭐 별거냐며 냉소적인 척 하기는 했지만 문득 이 시간의 흐름이 별거처럼 느껴진다. 2025년이라니? 초등학생 때 20년 후의 모습을 그리라고 하면 꼭 자동차가 날아다녔는데, 그만큼 먼 미래였는데 믿기지 않는다. 내가 서른셋이라니?(한국 나이로...) 우리 엄마는 이미 서른셋에 애가 둘이었는데... 올해는 유독 가끔 뵙는 부모님 얼굴에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진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숫자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올 한해를 어떻게 꾸려나가야 할지 끊임없이 생각하는 걸 보니, 나는 어쩔 수 없는 의미주의자다. 무언가를 할 때 의미를 찾지 않으면 안 된다. 일단 올해는 이방인의 삶을 좀더 안정적으로 꾸려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방인과 또다른 이방인이 만나 삶의 2막을 열어보려 하는데, 여러모로 쉽지 않음을 많이 느끼곤 한다. 무언가를 선택할 때마다 이 모든 선택이 어떤 의미를 가져다 주는지 고민한다. 살짝 피곤하다. 그냥 할 수는 없는 걸까. 불안하기도 하다. 괜찮을까, 잘 할 수 있을까. 나만의 삶이 아닌 ‘우리’의 삶은 어떻게 꾸려나가야 할까, 어디로 흘러갈까.
밀려드는 여러 생각을 뒤로 하고 일단 해보자, 가보자고 다짐한다. 모든 일에서 의미를 찾을 수 없다면 올 한해를 관통하는 딱 하나의 의미만 찾아야지. 그럼 괜찮을 거다. 그 과정은 또 재밌을 거다. 올해 수많은 이벤트들이 예정되어있는데 노닻에 종종 이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려 한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 간간이 일어나는 이벤트들을 맞이하는 내가 어떤 의미를 느끼며 한해를 보내는지 함께 해주시면 좋겠다.
독자님들에게 조금 늦은 새해 인사를 보내며,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나만의 삶의 의미를 찾든, 찾지 못하든 아무쪼록 행복하길 바란다. 그럼 2025년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