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레터가 제목이 정정되지 않은채 그대로 발송되었습니다. 지난 글은 새미의 '그땐 그게 정답이었어'로 가야했는데, 18호 레터인 '영원히 망한 짝사랑'이란 제목으로 발송되었습니다. 혹 중복인 메일 제목을 보고 열어보지 않으신분이 있다면, 12월 9일 발송된 레터를 읽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_ _)
2024년은 정말 한국인들에게 가혹한 한 해다. 사실 12월 3일 이후로 무력감과 정체 모를 분노에 휩싸여 무언가를 하는게 쉽지 않았다. 레터가 무려 10일 지연된 것에 대한 변명치곤 비루하지만 정말 그랬다. 힘을내서 쓰고 마무리하려니 제주항공 사고까지 일어나 우리를 암울하게 했다. 더 이상 좌절할 구석이 있나 싶었는데 그 아래가 또 있다는 사실이 버거웠다.
연말이란 응당 새로운 시작에 대한 설렘, 잘 보냈던 보내지 못했던 간에 남는 아쉬움과 미련들이 한데 뒤섞여 붕뜨기 마련인데 차분하게 가라앉은 분위기에 좀체 뭐든 손에 잡히질 않는다. 비단 나만이 그런것은 아닌지 음원차트에서 캐롤을 찾아보기 이렇게 힘든 해가 있었나 싶다. 원래는 힘들어도 킵 고잉, 억텐이라도 만들어서 분위기 올려! 하는 타입이었지만 이번엔 그냥 느물느물 좌절에 빠져들게 된다.
아무래도 이건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모르는 자들에 대한 갈곳없는 분노때문인듯하다.
애경계열사 제주항공 사고를 부득불 '무안공항 사고'로 부르려는 사람들에게. 21세기에 계엄령을 내려놓고 실패 한 뒤 '경고용'이라며 자기 모가지를 챙겨려는 누군가에게. 계엄이후 뉴스만 바라보고 사는 국민들의 피로감과 걱정은 등한시한채 ‘탄핵 트라우마’ 운운하며 제 책임을 다하지 않는 이기주의자들에게. 정쟁에 참사를 이용하지 말라며 누구보다 앞장서서 정쟁화 하고 있는 그들에게.
세상은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희망이 아니라 세상이 어떻게 이렇게 갈수록 나빠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 매 순간 떠올리게된다. 분명 연말과는 거리가 먼 감정이다.
이 분노와 무력은 현재 진행형이라 어떤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글이 되어버렸다. 연말레터니까. 2024년의 마지막 레터니 조금 희망적인 이야기를 쓰고 싶었는데 도저히 그럴 기분이 아니다. 아마 나만의 문제는 아닐것이다. 그렇다면 조금은 솔직하게 내 마음을 털어두어도 되지 않을까. 그게 진실된 연말 정리가 아닌가싶다.
답답한 마음을 서로 털어놓고 위로하며 그래도 살아가야하는 우리네들. 다가오는 2025년도 부디 안녕히, 안전히, 서로의 안부를 물을 수 있기를. 자기 전이나 기상할 때 떠오르는 얼굴들의 안전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기를. 그런 2025년이 다가오기를 간절히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