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나를 이방인으로 규정했는지, 그리고 왜 이걸 주제로 글을 쓰는지. 그래서 목표는 무엇인지.
하루 여덟시간을 보내는 공간에서 이방인으로 산다는 건 쉽지 않다. 돌이켜보면 처음부터 그랬다. 나는 이방인이었다. 리세마라라든가, 수집형 게임이라든가, 명일방주라던가… 그들이 익숙하게 내뱉는 언어를 나는 전혀 알아듣지도, 말하지도 못한다는 사실이 그 감각을 선연하게 깨웠다.
‘아, 나는 이곳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닌 것 같아.’
그랬던 일을 벌써 5년째 하고 있다. 2020년의 나는 리세마라를 모르고, 명일방주를 모르고, 수집형 게임이 뭔지 모르는 사람이었다. 2024년의 나는 이제 저 말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게임의 특성이라든가 하는 것과 연관지어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흥미가 동하지 않는다. 언제고 저런 이야기들을 신나게 할 수 있는 주변 동료들을 보며 신기해한다. 아마 앞으로도 나에게 그런 순간은 오지 않을 것 같다. 설명할 순 없지만 그러리란 것을 어렴풋이 느낀다.
그 사실이 가끔은 슬프다가, 서글퍼진다. 하루 24시간 중 최소 8시간. 그리고 점심시간을 포함하면 9시간. 잠은 7시간 정도를 잔다고 치고. 출퇴근에 1~2시간을 쓴다.
그러면 내 몫으로 주어진 시간은 겨우 하루에 6시간 남짓. 혼자 살고 있어 집안일은 늘상 있으니 또 1시간이 빠진다. 내 시간은 하루에 그래봐야 겨우 5시간. 그런 하루가 일주일에 5일. 이마저도 야근은 하지 않았을 때의 계산이다. 나를 위한 시간이 절대적으로 적다는 것도 싫지만, 이방인으로 보내야만 하는 시간이 헤아리면 참 길다. 무력감이 자주 나를 감싼다.
그래서 늘 토박이가 될 곳을 찾는다. 일종의 도피 혹은 도망이다. 바로 다양한 여가생활을 하는 것. 토박이가 되는 땅들이 점차 늘어간다. 언제고 책 속으로 뛰어든다. 늘 읽고 싶은 책이 있고 흥미가 가는 책이 있다. 회사를 마치고 연습실로 향한다. 좋은 노래와 멋진 안무가 매일매일 새롭게 나온다. 좋아하는 가수를, 스포츠를 보러간다. 그러다보면 쓰지 않고는 못 배기는 순간들이 자주 찾아온다. 그렇게 글쓰기도 한다. 누군가는 그걸 갓생이라고 부르고, 누군가는 멋지다고 한다. 한순간 뿌듯하다가도 한편으로는 입이 쓰다. 사실은 그게 도망인줄도 모르고…
‘내가 토박이가 될 수 있을까?’
내가 토박이일 수 있는 시간이 하루 다섯시간이 아니라 여덟시간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한다. 사실 그래서 이 프로젝트도 시작하게 됐다. 나는 글쓰기를 좋아하니까.
글을 쓰면서 느끼는 약간의 긴장감과 스트레스. 그리고 결과물을 어떻게든 냈을 때의 후련함. 생각을 활자로 잡아두었을 때의 명쾌함 같은 것들이 나는 너무나 기껍다. 한편으로는 글쓰기를 업으로 삼지 못한 데에 대한 아쉬움이 늘 남아있어서일지도 모르겠다. 이제라도 토박이로 잘 살 수 있는 길들을 모색해보고 싶다. 아무래도 하루 8시간을 매일매일 이방인으로 기약없이 사는 것은 너무 버거운 일이니 말이다.
일을 할 때 이방인이 아닌 토박이인 기분을 살면서 한 번은 느껴보고 싶다. 그럴 수 있으리란 기대를 안고 이제사 미미하게나마 시작해봤다. 토박이가 되기 위해 선택한 이 일에서도 지금 당장은 이방인이다. 그래도 한 가지 확신은, 내가 계속해서 해내가기만 한다면 반드시 토박이가 될거란 믿음이다. 이 일만큼은 절대로 5년이 지나도 이방인이지 않을 자신이 있다. 그래서 이렇게 토박이가 되기위한 항해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