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나 MBTI에 관심은 많지만, 제대로 알자면 보통 돈이 드는 사주는 제대로 알지 못했다. (티빙 오리지널 사주 vs MBTI 꿀잼 꼭 보시길..) 그러다 사우분이 야매로 봐주신 사주에서 재밌는 이야기들과 신기한 지점들이 많아서 글로 남겨본다. 사람이 마음이 약해질 때에는 원래 이런데에 의지도 하고, 정해진 길을 어디로 가야할지 모를때도 유사과학의 도움을 받아보는게 아니겠나.
경자일주 여자의 사주풀이
나는 경자일주라고 한다. 일주가 바로 MBTI같은 개념이더라. 경자일주를 가진 유명한 인물 중 하나는 정치평론가 진중권. 아~ 진중권에 대한 묘한 불편함이 동족혐오였다니! 이럴수가~ 나중에는 내가 ‘경자일주’인게 기억 안 나고 진중권의 일주인 것만 기억나서 인터넷에 ‘진중권 일주’라고 쳤더니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경자일주> 라는 식의 글이 나와서 웃기고 짜증났다.
내가 느낀 핵심 특성을 요약하자면 대충 내 MBTI인 ENTP와 비슷해보인다. 언어 능력이 뛰어나고, 자존심과 고집이 세고, 일을 똑부러지게 하고, 말로 사람을 제압하고… 대충 언변이 좋고 기세가 대단하다는 뜻이고, 나쁘게 말하자면 고집과 특유의 이기심이 있다고 한다. 아, 중요한 특징은 아니지만 눈에 밟히고 입이 썼던 특징은 언론계에 종사하는 것이 적성에 맞다는 것. 아무래도 기자란 일은 나의 영원히 망한 짝사랑인가보다.
아주 그럴싸 해보였다. 아무래도 이거 빅데이터 통계학의 영역이 맞는 거 같기도 해! 하며 웃다가 어떤 살이 어떤 년도에 세게 들어왔었는지, 이런 걸 분석하는 부분에서는 정말 놀랐다. 취업이 안되어서 머리가 하얗게 세버린 그 시기를 딱 맞춘다든지(18년도), 역마살이 들어온 시기가 교환학생 시기와 정확히 맞는다든지(17년도) 하는 것들. 가장 놀라웠던 건 내가 게임회사 공채 입사에 성공한 연도와, 가장 좋은 학점을 받은 연도이자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는 게 정해진 그 해를 딱 맞춘 것. 나에게 그 시기에 들어와있었던 것은 바로 ‘반안살’이라고 한다.
웰컴 투 반안살!
이렇게 시기가 딱딱 맞아떨어지니까 ‘어? 내 인생 답안지가 이미 나와있는걸지도?!’ 싶을 정도였다. 이래서 사람들이 점집에, 무당집에 돈 수십씩 턱턱 쓰는걸까? 까지 생각이 미쳤다. 그러다보니 이제 다음 반안살은 대체 언제 들어 오는지 궁금해졌다. 물어보니 그렇게 멀지 않았다! 27년도라고 한다! 27년도?! 이제 막 시작한 석사를 취득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 그리고 석사를 따면 하고 싶었던 것은 네이버로의 이직. 이런 것들까지 생각이 미치니 갑자기 이미 네이버 이직에 성공한 기분이 되어버렸다. 당연히 터무니없이 멀리 뻗어나간 상상이지만 말이다.
사람들이 사주를 보면서 얻으려는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싶어졌다. 그러니까 돈을 투자해서라도 뭔가 답을 얻고 싶은 마음인거구나. 이런 우연들이 몇번이고 겹친 순간들이 있었겠구나. 그래서 지금이 너무 힘들다면, 이 고난이 대체 언제 끝나는지. 지금이 너무 지루하다면, 내 인생 언제 재밌어지는지 등. 이런것들에 있어서 정신적으로 도움을 받는 성격도 있는 거구나 싶었다.
모쪼록 27년도의 반안살을 기다리며, 좀 더 잘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공부도, 지금 하고 있는 일도 말이다. 내게 주어진 게 무엇이든 간에 하기 싫어도 일단은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 좋은 기운이 들어왔는데 내가 준비가 안 되어있으면 안되니까. 하기 싫은 일, 어려운 일도 다 반안살을 맞이하기 위한 포석이다! 생각하고 말이지. 약간의 근자감도 생긴다. ‘어? 나 그쯤엔 기운이 좋은데 나 이직 성공할듯?’ 하는 자기확신과 자기암시도 해볼란다. 그러니까 나는 나의 세번째 반안살을 격하게 환대하며 남은 약 2년여를 좀 더 열심히 꾸려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일단 이번주의 중간고사부터 어떻게든 열심히 해치워보자! 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