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잘하는 게 뭐야 1) 동기부여가 필요한 날이었다. 만사가 귀찮고 의미없게 느껴지는 날. 이런 날에는 유튜브를 뒤적여 준다. 인생을 바꾸는 행동, 명언, 쇼펜하우어 철학, 일잘러들의 이야기 등. 아, 일잘러들은 하나 같이 이야기한다. 가슴이 뛰는 일을 해야 한다고! 그러면 또 시름이 깊어진다. 가슴이 뛰는 일은 무엇인가... 또 다른 영상에서는 이야기한다. 돈을 벌려면 잘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재밌고 좋아하는 것도, 일이 되는 순간 싫어진다고.
2) 서울예술단 창작 가무극 <금란방>을 관람하고 왔다. 내 오랜 절친이 주인공이 되었는데, 내가 다 감격스러운 건 그녀가 오랜 시간 마음고생을 해왔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힘든 시간들이 많았음에도, 그럼에도 늘 ‘하고 싶은 일이니까’를 외치며 외로운 길을 묵묵히 뚝심 있게 걸어온 내 친구는 정말 멋있다. 또 한번 생각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반짝반짝 빛이 나는구나.
3) 외부 미팅이 있어 택시를 탔다. 택시 기사님이 운전 초보이신건지 지도를 잘 못보시고, 급정거도 자주 하셔서 멀미가 났다. 길을 한참 헤매 돌고 돌아 목적지에 도착했다. 당황스러웠다. 먼 길도 아닌데 내가 길을 알려주며 갔고, 긴 시간동안 계속되는 급정거에 속이 안좋아 예민해졌다.(안 그래도 가기 싫은 미팅인데!) 그래도 늘 되뇌이는 마법의 주문 ‘그럴 수 있지’를 생각하며 내리려는데, 기사님이 사과를 하셨다. 그리고 덧붙인 말은 ‘운전을 잘 못하고 싫어하는데 어쩔 수 없었다’는 말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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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인턴 기자를 할 때 꽤나 당황스러웠다. 왜냐고? 나는 내가 모르는 사람과 이야기를 하는 것을 즐기는 줄 알았다. 생각보다 아니었다. 살면서 처음으로 ‘아, 나 낯가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뷰 꼭지 작성을 위해 모르는 사람(그런데 너무 멋있는 사람, 평소 보기 힘든 사람이라 땀이 나는...)과 장시간 이야기를 나누고 나오면 여러 감정이 드는데, 기가 빨린다는 생각도 자주 했다. 사람으로 인해 기운을 얻는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나는 사람과의 관계에(특히 낯선 사람) 기 빨려하는 사람이었다.
5) 어쩌다 HR 분야에 와서 리크루터 일을 하며 수없이 많은 낯선 사람에게 전화를 걸고 있다. 아니 이러면 기자와 다를 게 무엇이냐? 꾸역꾸역 전화번호를 누르고 신호가 가면 기도한다. 아, 받지 말아라. 그래도 용케 지금까지 이 업무를 해내고 있다. 전화용 목소리 장착하고, 최대한 친절하고 부드럽게 말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전화를 끊고 나면 또 지쳐버린다. 사람을 대하고 말을 붙이고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걸 잘한다고 생각했다. 글 쓰는 것도 좋아하고 잘 한다고 생각했다.(어린시절 한정) 이럴 때마다 느끼는 건 자조... 아이고, 나 좋아하고 잘 하는 게 하나도 없구만?
6) 좋아하는 일과 잘 하는 일이 딱 들어 맞는다면 좋겠지만, 덕업일치의 길이란 쉽지 않다. 주위만 둘러봐도 덕업일치하는 사람은 손에 꼽는다. 그렇다면 대부분 ‘어쩔 수 없이’, ‘먹고 살기 위해’ 일을 하는 사람들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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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새 직장에 몸을 담게 되었는데, 여기는 일에 진심인 사람이 정말 많다. 신기했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게 되는 걸까? 그런 사람들이 옆에 있으니 나도 덩달아 그렇게 하게 되는 것 같다. 아, 사실 나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잠깐 생각해본다. 일을 좋아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며 돈까지 잘 벌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건 정말 쉽지 않다. 돈에 허덕이지만 꿈을 좇아 사는 삶이 행복할까, 즐겁지는 않지만 일이라는 것을 해내고 어느 정도 여유롭게 벌고 사는 삶이 행복할까? 비록 꿈은 아니었지만, 일잘러의 삶을 추구하기 위해 적당한 돈을 받고 파워 넘치게 일하는 삶은 행복한가? 잘 모르겠다.
8) 많은 사람들이 삶을 살아내기 위해 적성이나 꿈은 뒤로 하고 그저 오늘 하루 열심히, 묵묵하게 일을 해내고 있을테다. 하루하루가 버거운 사람들에게 좋아하는 일을 하십시오! 라고 외치는 건 또 그거대로 기만이다. 나는 어디쯤에 속해 있나를 생각해보면 그것도 잘 모르겠다. 일단은 어쩌다 보니 하게 된 일이지만, 최선을 다하면 그 사이에 어떤 재미와 어떤 행복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할뿐이다. 잘한다, 열심히 한다는 칭찬까지 받으면 인정 욕구가 채워져 더 즐거워질 수도 있다.
그러니 일단, 월요일 아침! 출근 힘내십시오 모두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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