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노닻을 시작한지 어느덧 반년이 지났다. 벌써 열두번째 레터라니. 이쯤에 결산을 한번 해주는 게 국룰이지 않나. 지금껏 노닻이라는 느슨한 연재를 반년간 지속해온 소감이랄까, 중간 평가랄까, 그런 비슷한 걸 해볼까 한다.
프로젝트 노닻은 이렇게 만들어졌고, 이렇게 돌아갑니다
프로젝트 노닻은 우리 둘의 삶이 참 ‘닻 없는 인생’ 같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처음엔 ‘노답’에서 시작했으나 객관적으로 둘 다 사회 생활 잘 하고, 먹고 사는 데 지장 없고. ‘노답’이라기엔 기만인데다 너무 간 것 같았다. 그럼에도 공허한 마음과 목표 없음을 잊기에는, 너무 자주 떠올라서 부유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우리는 노답이 아닌 ‘노닻’으로 우리를 정의했다.
샘과 나는 2주에 한번 레터를 발행한다. 글은 번갈아 쓴다. 그러니까 내가 노닻 발행을 위해서 쓰는 글은 한 달에 한 편이다. 한 달의 한 번인 마감. 게다가 분량도 자유. 주제도 자유. 어려워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글이란 게 늘 그렇듯 쓰려고 들면 텅 빈 화면이 왜이리도 막막한지. 딱히 큰 비밀은 아니지만 우리는 늘 직전에 마감을 하고 있다. 마감이 널널한 편이니 조금 더 부지런해 지는 게 나에게는 목표다. (마감이 널널해서 오히려 더 그런걸까? 싶기도..)
나에게는 뿌듯함과 기쁨이 되어주는 일
한달에 한번 꼭 내 글을 쓴다는 건 뿌듯하다. 약간의 부담도 있지만 대부분 기껍다. 작고 귀여운 숫자라도 귀한 구독자들이 있으니까. 나 혼자와의 약속이 아닌 타인들과의 약속이니 지키고자하는 힘도 생긴다. 마감이 필요한 건 어떤 대작가라도 똑같다던데. 나도 대작가(?)와 진배 없는 셈이지. 그때그때 내가 빠져있는 것들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볼 수 있는 것도 좋다. 글이란 무릇 독자가 있어야 의미가 있다는데 내 생각, 내 고민을 나눠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만족스러운 프로젝트다.
무엇보다 잘 읽고 있다는 피드백이 가장 기쁘다. 드물지만 구독자들은 대부분 우리의 지인이니까 종종 그런 이야기들을 해준다. 특히 생각지도 못한 사람에게서 “노닻 잘 읽고 있어“라는 말을 들을 때의 기쁨이란. 내가 생각하고 세운 기준보다도 사람과의 관계는 훨씬 더 복잡하고 의외성이 높단 생각을 한다. 이렇게 생각하는 방향이나 넓이가 달라지는 것도 다 노닻 덕분이다.
내 지인이 아닌 구독자에게도 먹힐까?
노닻에 대해 생각하다보면, 내 지인이 아닌, 그 이상의 범위로 넓혔을 때도 의미 있을까, 읽힐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은 늘 든다. 구독자는 정체 중이다. 정체성 자체가 미미자매의 산문이고, 첫 발행 이후로는 별다른 홍보도 하고 있지 않다. 아무래도 외부 유입을 기대하긴 어렵지. 공격적으로 무얼 하기에도 애매하단 생각이 든다. 우리 프로젝트가 말 그대로 ’닻이 없지만, 글은 쓰고 싶은 사람 둘‘이 모여 만들어진거니까. 어떤 걸 셀링 포인트로 잡아야 팔릴지 도무지 모르겠는거다.
이것마저 갈피를 못잡고 있다니. 프로젝트 이름 하나 만큼은 정말 끝내주게 지은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계속 쓰고 싶고, 내 글의 독자가 고프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이 레터를 여기까지 읽어준 당신이, 가까운 친구에게 아래 링크 한 번 공유해주시면 정말 고맙겠다. 독자 설문 피드백을 보내주어도 꼭꼭 씹어먹고 에너지 삼아 나아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