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을 봐도 좋은 영화가 있나요? 열한번째 닻 없는 날,
당신의 오늘은 어제와 같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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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을 봐도 좋은 영화가 있나요? 저는 영화 <어바웃 타임>을 좋아하는데요. 스물한살 겨울이었는데, 당시 예고편이 공개되고 어찌나 기다렸던지! 개봉하자마자 설레는 마음으로 영화관을 갔던 기억이 나요. 영화를 보는 내내 행복했고, 보고 나서도 친구와 한참 이야기를 나눴어요. 이후에도 일상의 잔잔한 행복을 잊은 것 같은 때면 다시 돌려보곤 했습니다.
영화의 모든 장면을 좋아하지만, 주인공 팀과 아버지의 마지막 산책 장면은 볼 때마다 먹먹해요. 팀의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으로 행복의 비밀공식 두 가지를 알려주고 갑니다.
1) 일단 평범하게 하루를 살아보는 것.
2) 시간을 돌려 같은 하루를 다시 살아보는 것. 바쁜 일상에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면서.
팀은 하루를 다시 살며 동료에게 격려의 한마디를 건네고, 무심코 지나친 가게 종업원의 미소를 보게 되고, 그저 소음으로 느껴졌던 지하철 옆사람의 음악 소리에 몸을 맡기기도 합니다. 분명 같은 일들이 일어나는 날인데, 어떤 것에 집중하는가에 따라 완전히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줘요. 팀의 하루를 다르게 만드는 것은 누군가의 작은 격려, 미소, 맛있는 음식, 늘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이 전부지만 영화의 끝에서는 그 모든 작고 사소한 것들이 마음 벅차게 느껴집니다.
여러분의 오늘은 어떨까요? 어제와 같을까요? 아니면 조금은 다른 하루일까요? 어느덧 2024년이 절반 넘게 흘러간 지금, 하루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문득 돌아보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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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 없는 날들
별일 없는 날들이라 하면 심심하게 느껴집니다. 저는 가끔 친구들에게 ‘별일 없지? 재밌는 일 하나만 말해줘’ 라고 하며 제 하루에 없는 재미를 찾곤 하는데요. 그럴 때면 모든 친구들의 답변이 똑같아요. ‘별일 없어, 똑같지 뭐. 재밌는 게 없다!’ 사실 우리 모두는 ‘별일 없음’의 소중함을 알고 있어요. 굳이 느끼려 하지 않을 뿐이죠. 그래서 글을 쓰는 김에 별일 없는 제 일상을 들여다봤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먼저 물을 끓입니다. 가글을 하고 뜨거운 물과 찬물을 섞어 미지근해진 물을 한잔 마셔요. 어릴 때는 눈 뜨자마자 찬물을 들이켰는데요. 이제는 나이가 들었는지… 자연스레 미지근한 물을 찾게 되네요. 영양제를 챙겨 먹고 아침 러닝을 하러 나갑니다. 러닝을 시작한지 3개월 정도 되었어요. 요즘은 덥고 습한 날씨 탓에(?) 살짝 게을러져 매일은 뛰지 못하고 있지만, 아침 러닝을 습관으로 들인 건 정말 잘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한달 동안 매일 아침 뛰니까 일찍 눈을 뜨는 게 습관이 되더라고요! 저는 정말 아침 잠이 많은 사람인데, 이렇게 바뀌는 스스로를 보면 신기하고 뿌듯합니다.
러닝을 하기 전에는 아침을 먹는 재미로 일어났는데요, 운동을 하다 보니 도저히 아침 먹을 시간이 없어요. 이 점은 아쉬운데, 아침 운동을 하면 굉장히 ‘갓생러’ 같아요.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
퇴근 후에는 헬스장을 갑니다. 누군가와 약속이 있는 ‘별일 있는 날’이 아니라면 헬스장에 가요. 4년 동안 같은 헬스장에 출석하니, 늘 마주치는 회원들끼리 내적 친밀감을 쌓은 듯합니다. 이렇게 써놓으니 아침저녁으로 운동만 하는 사람 같습니다. 하지만 일상에는 변수가 참 많죠. 헬스장을 가다가 한강다리 너머로 보이는 노을이 예쁘면 즉흥적으로 산책을 가기도 해요. 헬스장 풍경보다는 한강이 예쁘니까요. 가끔은 애인과 함께 '오늘은 좀 힘든 하루였는데?' 하며 맛있는 음식에 맥주를 즐기기도 합니다. 맥주 한잔하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동네를 돌아다니면 하루 피로가 싹 풀리는 듯해요. 이런저런 변수가 있기는 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열심히 몸을 움직이는 게 제 루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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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 없는 날들의 '별일'
일하고 운동하면 하루가 다 끝나버려 허탈할 때가 있어요. 그래서 별일 없는 하루에 어떤 별일이 있나 생각해보았습니다. <어바웃 타임>의 팀처럼 말이죠.
눈을 뜨니까 매일 안부를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어요. 퉁퉁 부은 얼굴로 ‘아, 아침이네’ 하고 별 생각 없이 지나쳤던 카톡들을 다시 들여다보게 됩니다. 내 안부를 묻는 사람이 있다는 게 당연한 건 아니니까요.
열심히 달려 간신히 지하철을 탑니다. 덥고 습해서 짜증이 나지만, 에어컨이 빵빵하게 틀어진 지하철을 놓치지 않고 시간 맞춰 탄 건 운이 좋았어요. 모두가 힘든 출근길, 몸이 불편한 분에게 자리를 양보해주는 사람들을 보며 인류애를 충전하기도 합니다. 기본적으로 사람은 이기적인 존재라고 생각하지만 돌아보면 따뜻한 마음들이 여기저기 있더라고요.
이외에도 농담을 주고받는 친구들, 즐거운 점심 시간, 퇴근 후 후련하게 즐기는 데이트, 운동을 즐길 수 있는 건강한 몸, 부모님과의 안부 전화 등 당연하지 않은 일들이 일상에 스며들어 있었어요.
이렇게 순간의 행복에 집중하며 살아가면 매일 반복되는 하루가 조금은 특별하게 다가오지 않을까 합니다. 특히 나만의 루틴이 있다면 또 느낌이 다를 거예요. 루틴은 단순한 반복이 아닌, 몸에도 마음에도 근육을 만드는 일이니까요. 우리는 이를 통해 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을 겁니다. 자신만의 루틴으로 힘을 기르고 순간의 행복을 느끼며, 어제와는 또다른 오늘을 만들어가길 바라봅니다. 이 글을 읽으며 여러분도 일상 속에서 자신만의 소중함을 떠올렸길 바랄게요. 어제가 오늘 같은데 조금씩 달라지고, 또 문득 바뀌어 있는 나날들을 떠올리며 글을 마칩니다.
"인생은 모두가 함께 하는 여행이다.
매일매일 사는 동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해 이 멋진 여행을 만끽하는 것이다"
- 영화 어바웃 타임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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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노닻 | we.are.anchorless@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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